혼배미사를 마치며
지난 19일 가회동 성당에서 모두가 축복해 주는 가운데 무사히 결혼식을 마쳤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결혼 준비 관련된 여러 글들을 기록하면서, 오랜 시간을 준비해 온 결혼식을 잘 마무리해서 마음이 홀가분해진 기분입니다. 오늘은 결혼식 전날부터 당일까지의 과정을 기록해 두고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전에 혼배미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포스팅을 여럿 올려놓았는데, 참고하셔서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외에 예복이나 드레스 투어에 대한 글도 있으니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결혼 준비] 가회동 성당 혼배미사 준비: 뷔페 아리스 시식 후기>
<[결혼 준비] 가회동 성당 혼배미사 웨딩스냅 라온노이 스튜디오 상담 후기>
혼배미사 전날 준비 사항
가장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목록들을 기록해 두고 챙겨보았습니다. 바쁜 예신이를 대신해서, 제가 식 전날 연차를 쓰고 네일숍도 방문할 겸,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고 준비하였습니다. 주차 비용을 넣을 봉투, 당일 먹을 물과 음료 및 빨대, 사용할 현금 등을 출금해 두었습니다.
- 결혼반지
- 예복 및 맞춤 구두 (맞춤 정장) + 정장 양말 및 넥타이
- 예물 시계
- 2부 드레스 및 액세서리 + 맞춤 구두 및 별도의 속옷
- 식순지 (성당용) 및 식권
- 주차권 (아이파킹멤버스 애플리케이션 이용 & 별도 현금 봉투 준비) 및 주차안내지
- 축의금 보관 가방
- 기타 비용 준비 (헬퍼비 & 축의대)
위에 준비했던 주요 준비물 중, 혼배 미사 중에 사용했던 식권, 식순지, 주차권, 주차안내지 등은 빠르면 1달 전부터, 주차권의 경우에는 혼배미사를 올리는 달에 신청하였습니다.
<가회동 혼배미사 준비: 식권/식순지/주차권/주차안내지/답례품 준비 과정>
그 외에도 당일에 이용해야 하는 중요한 이동 수단인 웨딩카 예약을 확인하고, 반지 사진을 위한 네일숍 방문까지 마친 다음 위의 짐을 잘 정리해 두었습니다. 짐도 1) 웨딩샵으로 들고 가야 하는 짐과 2) 성당에 보관해야 하는 짐으로 나누어 두었습니다.
원래라면 혼주 한복도 챙겨서 부모님들께 전달드려야 하지만 (가회동 성당에 문의했을 때, 한복 보관은 안된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감사하게도 부모님들께서 각자 한복을 찾아주신다고 하여 체력을 많이 아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침거리로 먹을 미역국밥 햇반을 준비해 두고 (메뉴는 와이프의 선택) 10시에 잠자리에 들었으나, 긴장감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결국에는 1시에 잠들었습니다. 결혼식 며칠 전부터는 잠자는 시간도 조절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배미사 당일 아침 준비
저희는 11시 반 가회동성당에서 혼배미사를 올릴 예정이었고 신혼집은 군포였기 때문에 군포 - 청당 - 가회동성당(안국)으로 가는 동선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타임테이블을 잡고,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였습니다.
- 3시 30분: 일어나서 준비 및 식사 (1시간)
- 4시 30분: 청담 메이크업샵으로 출발 (뷰티진동희, 1시간)
- 5시 30분: 메이크업 스타트 시간 (3시간)
- 8시 30분: 가회동 성당으로 출발 (1시간)
- 9시 30분: 가족들 챙기기, 사용할 준비물 챙기기 (30분)
- 10시: 서비스 촬영 및 직계가족 촬영 (1시간)
- 11시: 하객분들께 인사
- 11시 20분: 미사 입장 준비
저는 간단한 셔츠와 슬랙스를 입고, 피부에는 기본 스킨과 로션만 바르고 준비하였습니다. 아침은 미역국밥 햇반을 준비해서 뜨거운 물만 준비하여 호로록 먹었는데, 간단하게 아침에 먹고 든든하게 출발하기 좋았습니다.
전날 미리 짐은 몇 번이고 체크해 두어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체크를 하고 짐을 가지고 나갔습니다. 감사하게도 웨딩카 기사님께서 20분 전에 도착해 주셔서, 마음 졸이는 일 없이 무사히 짐을 싣고 출발하였습니다 (간혹 기사님이 늦는 경우가 있어서 관련된 안내문을 주시는데, 늦으면 무조건 택시를 잡아서라도 출발하라고 합니다. 비용은 업체에서 처리해 주면 되지만, 시간이 늦으면 식 자체를 망칠 수 있으니까요)
차량은 스타리아가 와서 굉장히 쾌적한 환경에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꼭두새벽이라 전혀 막히지 않고 예정 시간보다 빠르게 무사히 청담 뷰티진동희에 도착하였고, 저희는 필요한 짐을 가지고 올라가면 나머지 짐은 기사님께 맡기면 주변 주차장에서 대기해 주십니다. 대부분 웨딩카를 선택하시겠지만, 혹시나 당일에 운전하실 생각이 있으셨다면 웨딩카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혼배미사 당일 헤어 메이크업샵
빨리 준비한 덕분에 2-3번으로 메이크업 준비를 시작했으나, 대기시간이 길어질 뿐 어차피 출발시간은 동일해서 크게 좋은 건 없었습니다. 마지막에 10분 남을 때까지 30분을 멍하니 기다리게 해서 예신이가 조금 초조해했기 때문에, 제가 스텝분께 요청드리게 되었습니다. 출발이 늦지는 않았으나 미리 안내를 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케도 출발 30분 전에 받았는데, 제가 입구에서 10분 전까지 기다리는데 안 와서 엄청 초조해했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쪽 입구로 들어와서 이모님께서 받아주셨다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기존 입구로도 들어오시지만, 대부분 신랑/신부가 출발하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들어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헤어메이크업은 다행히 예신이의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튜디오 촬영 때에도 이곳에서 헤어메이크업을 받았는데, 그때 제 헤어메이크업에 대해서 조금 못마땅해해서 이번에는 의견을 반영해서 요청드렸더니, 예신이의 마음에 들게 헤어를 잘해주셨습니다 (제가 머리숱이 없어서 예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전문가 분들은 역시 달랐습니다).
무사히 헤어메이크업과 예복/드레스를 입고 가회동 성당으로 출발하였습니다.
혼배 미사 직전 준비
아침 시간이라 생각보다 차가 전혀 막히지 않아서, 예상 도착 시간보다 일찍 가회동 성당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래서 꽃장식 해주시는 분들에게도 인사를 드리고, 여유롭게 가족들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축의대 부근에 저희가 준비했던 식권 등을 올려놓고, 결혼반지를 사무실에 맡기고 나서는 가족들에게 위치 안내를 해주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10시부터 직계가족 촬영을 시작하였고, 그 이후에는 신랑/신부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전날까지 미사 당일에 비가 오거나 흐리다는 예보가 있어서 예신이가 너무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정말 기적적으로 저희가 식을 올리는 9시부터 날씨가 너무 좋아져서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혹시 날씨 어플을 알아보고 계신다면, 플레이스토어에 있는 Windy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추천드립니다. 여러 기상 뉴스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했는데, 당일 날씨와 가장 잘 맞았습니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windyty.android&hl=ko&pli=1
특히 파란 하늘에 주변 한옥들이 너무 잘 어울려서 가회동 성당에서 혼배 미사를 올릴 수 있는 것이 너무 감사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사진 촬영에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성당 옥상 정원에서도 촬영을 하고, 성전 내부에서도 촬영을 마친 뒤에는 내려와서 신부는 신부대기실에, 저는 입구에서 하객분들께 인사를 드리면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혼배미사 진행 과정
11시 20분에 미사 진행에 앞서 신랑/신부 입장을 위해 성전 앞에서 대기를 시작했습니다. 워낙 무대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터라, 입장할 때도 티가 많이 났는지 하객분들께서 웃기도 하였고 어찌할 바를 몰라서 버벅거리는 순간도 있었지만, 신부님께서 배려해 주셔서 빠르고 무사히 식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식 중에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사진촬영에 필요했던 주의사항을 최대한 지키려고 복기하면서, 그리고 미사에도 집중하려고 신경 쓰면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신부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강론 내용도 너무 좋았고, 따로 축가를 신청하지 않아서 성가대에서 축가를 불러주셨는데 혼배미사에 걸맞은 경건하고 좋은 축가를 불러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두의 축하 속에서 퇴장하면서 무사히 결혼식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혼배미사를 마치고
미사 후에는 성전에서 간단한 촬영을 하고, 야외 계단에서 친척/친지 촬영을 한 뒤에, 간단한 환복 후에 식사 중이신 하객 분들께 인사를 드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뷔페아리스 실장님께서 아주 빠르고(?) 확실하게 인사를 진행해 주셔서 수월하게 하객 분들께 인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식 후에는 혼주 및 신랑/신부를 위해서 식사를 별도의 룸에 따로 마련을 해주셨는데, 제가 입맛이 없어서 많이 먹진 못했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나중에 하객분들께서 식사가 맛있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하여서, 뷔페 아리스에서 진행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넉넉하게 예상했던 식대 인원보다 적게 오셨었는데, 남은 부분을 이용해서 양가 혼주분들에게 집에서 드시라고 따로 포장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세세한 부분들을 잘 챙겨주셔서 뷔페 아리스에 대한 평이 좋았던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음료와 식대 정산을 하고, 짐을 다 챙긴 뒤에 성당 앞으로 택시를 불러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혼배 미사를 마치고 느낀 점
많은 결혼 선배들이 했던 얘기들처럼, 본인 식 중에는 정신이 없어서 무얼 하는지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본식촬영 옵션에서 DVD를 포함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다는 걸 알기 때문에, 식 진행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내가 필수적으로 챙길 것(예복이나 결혼반지 등 정말 중요한 것들)만 잘 챙겨놓는다면 식은 알아서 잘 진행이 됩니다. 결혼 준비하는 커플들께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예상했던 인원이 220명 정도였는데, 실제로 그 정도 인원이 오셨습니다. 부모님들께 직접 예상 손님수를 여쭤보고, 저희도 몇 번이나 체크했던 인원수라서 정확하게 맞았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는 오실만한 분들만 초청드렸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혼배 미사라는 일생의 한 번뿐인 일을 준비하면서 와이프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여러 우여곡절도 있었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 부부가 잘 맞는지, 앞으로의 결혼 생활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를 확인해 보는 축소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둘 다 결혼식이라는 행사를 치르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이고 다른 것으로 대체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치르고 나니 우리 부부가 두세 걸음을 성장했다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의 문제가 있어도 잘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듭니다.
이 글을 보시는 예비부부 분들도 잘 준비하셔서 축복받는 결혼식을 잘 치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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